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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라고 하면 흔히 70대, 80대 노년기의 질병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정작 뇌 안에서 치매로 이어지는 변화는 그보다 훨씬 이른 40대부터 서서히 시작된다.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뇌에 비정상 단백질이 쌓이기 시작해 실제 신경세포 손상으로 이어지기까지 보통 20~30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시 말해 60~70대에 치매 증상이 나타났다면, 그 뿌리는 이미 40대에 심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다행인 점은 이 과정이 정해진 운명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제 의학저널 랜싯(Lancet) 위원회는 치매 위험요인 중 상당 부분이 생활습관으로 관리할 수 있는 것들이라고 밝히고 있고, 이를 적극적으로 관리하면 전체 치매 사례의 최대 45%까지 지연시키거나 예방할 수 있다고 본다. 특별한 약이나 값비싼 검사가 아니라 운동, 식습관, 정기 검진 같은 일상적인 관리만으로도 이만큼의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은 40대를 지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이 글에서는 왜 40대가 치매 예방의 결정적인 시작점인지, 구체적으로 어떤 위험요인을 관리해야 하는지, 그리고 오늘부터 실천할 수 있는 방법까지 정리해본다.

왜 하필 40대부터 시작해야 할까

치매, 특히 가장 흔한 형태인 알츠하이머병은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하는 병이 아니다. 뇌 안에서 아밀로이드 같은 비정상 단백질이 쌓이기 시작하고, 이것이 신경세포를 서서히 손상시키면서 인지기능 저하로 이어지기까지는 수십 년에 걸친 긴 과정이 필요하다. 문제는 이 초기 변화가 아무런 증상 없이 조용히 진행된다는 점이다. 40대는 이 과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이면서, 동시에 아직 뇌가 손상되기 전 개입이 가능한 시기이기도 하다. 실제로 식생활 지도, 유산소 운동, 인지기능 훈련, 심혈관 관리 등을 종합적으로 개입한 연구에서 인지기능 저하가 눈에 띄게 억제되거나 개선된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다. 유전적으로 치매 위험이 있는 경우라도 생활습관 개선만으로 발병 시점을 늦추거나 위험 자체를 낮출 수 있다는 점이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랜싯 위원회가 밝힌 14가지 위험요인, 45%의 의미

2024년 랜싯 치매 위원회는 치매 위험을 높이는 요인 중 생활습관이나 건강관리로 조절 가능한 요인을 14가지로 정리해 발표했다. 여기에는 난청, 고혈압, 당뇨, 비만, 흡연, 과도한 음주, 운동 부족, 우울증, 사회적 고립, 낮은 교육 수준, 대기오염, 두뇌 손상 같은 기존 요인에 더해, 이번에 새롭게 추가된 시력 저하와 높은 LDL 콜레스테롤까지 포함된다. 위원회는 이 14가지 요인을 생애 전반에 걸쳐 적극적으로 관리할 경우 전체 치매 사례의 최대 45%를 지연시키거나 예방할 수 있다고 추정했는데, 이는 2020년 보고서에서 제시했던 40%보다 더 높아진 수치다. 특히 고혈압, 비만, 당뇨, 높은 콜레스테롤처럼 대사·심혈관 건강과 직결된 요인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는 점은, 결국 뇌 건강 관리와 전신 건강 관리가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40대부터는 몸을 이렇게 움직여야 한다

운동은 치매 예방에서 가장 근거가 탄탄한 방법 중 하나로 꼽힌다. 먼저 심박수를 끌어올리는 유산소 운동은 뇌로 가는 혈류를 개선해 신경세포에 산소와 영양분을 원활하게 공급한다. 걷기, 조깅, 수영, 자전거 타기 등을 주 3회 이상, 회당 30분에서 1시간 정도 실천하는 것이 권장된다. 여기에 스쿼트나 런지, 팔굽혀펴기, 아령 운동 같은 근력 운동을 주 2~3회 더하면 근육량 감소를 막고 전반적인 신체 기능 유지에 도움이 된다. 한 발 서기나 뒤꿈치 들고 걷기, 요가, 태극권 같은 균형 운동도 놓치기 쉽지만 중요한데, 낙상으로 인한 두뇌 손상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걷는 동안 숫자를 거꾸로 세거나 손뼉과 발 구르기를 함께하는 식의 '듀얼태스크' 운동을 더하면 여러 뇌 영역을 동시에 자극하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먹는 것도 뇌 건강을 좌우한다

식습관 역시 치매 예방에서 빼놓을 수 없는 축이다. 생선과 채소, 과일, 유제품을 충분히 섭취하는 식단은 인지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지중해식 식단과 고혈압 예방 식단(DASH)을 결합한 이른바 '마인드(MIND) 식단'도 신경퇴행성 질환 지연에 도움이 되는 식사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반대로 과도한 음주는 인지장애 위험을 뚜렷하게 높이는 것으로 나타나는 만큼, 술은 한 번에 마시는 양을 적당한 수준으로 조절하는 것이 좋다. 흡연자의 치매 발병 위험은 비흡연자보다 약 1.59배 높다는 조사 결과도 있어, 금연 역시 뇌 건강을 지키는 핵심 습관 중 하나로 꼽힌다.

한국형 치매예방 수칙, 3·3·3으로 기억하기

국내 보건소에서는 이런 내용을 누구나 기억하기 쉽도록 '3·3·3 치매예방수칙'이라는 이름으로 안내하고 있다. 즐길 것 3가지(3권)로는 일주일에 3번 이상 걷는 운동, 생선·채소·과일·우유 위주의 식사, 독서 같은 지적 활동을 꼽는다. 참을 것 3가지(3금)로는 한 번에 술 3잔 이하로 절주하기, 금연, 그리고 운동할 때 보호장구를 착용해 머리 손상을 예방하는 것을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챙길 것 3가지(3행)는 혈압·혈당·콜레스테롤 정기 검진, 가족·친구와의 꾸준한 만남과 소통, 그리고 60세 이상이라면 보건소에서 무료로 받을 수 있는 치매선별검사를 통한 조기 발견이다. 거창한 계획보다 이런 단순한 수칙부터 하나씩 몸에 익히는 것이 오히려 오래 지속하는 데 도움이 된다.

 

치매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병이 아니라, 수십 년에 걸쳐 조용히 진행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40대는 결코 이르지 않은, 오히려 가장 적절한 관리 시작점이다. 랜싯 위원회가 제시한 14가지 위험요인을 하나씩 살펴보고 운동과 식습관, 정기 검진과 사회적 교류를 챙기는 것만으로도 치매 위험을 상당 부분 낮출 수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희망적인 메시지다. 거창하게 시작할 필요는 없다. 오늘 저녁 산책 한 번, 생선 반찬 하나, 오랜만의 친구 연락 한 통이 20년 뒤 나의 뇌 건강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두면 좋겠다.